Guybrush 인증된 계정 ·
2023/01/16

@강부원 님: 글쎄요. 댓글로 남기기엔 좀 긴 얘기일 것 같은데 두서 없이 적어보자면 본업인 웹소설은 주5일 매일 5천 자 이상의 소설을 써야 하는 중노동인데, 성공하면 대기업 임원도 우수울 만큼 많이 벌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는 환경입니다. 사실 현재 얼룩소도 조회수나 읽은 시간 등 성과 기반이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웹소설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최소 주5일 시스템에 몸을 맞춰야 하고 얼룩소는 내가 쓰고 싶고, 쓸 이야기가 있을 때 쓰면 되니까 부담은 훨씬 덜하죠. 사실 웹소와 얼룩소는 비교가 어려운 게 소설과 비소설도 있지만 웹소설은 정말로 "팔린 만큼 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아무런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안 팔리면 그냥 내가 시장과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 못 쓴 글이죠. 하지만 얼룩소는 객관적 지표도 있지만, 결국 편집부의 판단이 포인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편집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언제든 포인트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너무 의존하고 기댔다가는 당장은 수입이 늘어 좋을 수 있지만 계속 글을 갈고 닦아서 팔아야 하는 작가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차피 뭘하든 글은 계속 쓸 테니까 기왕이면 부수입도 올릴 수 있는 얼룩소에서 쓴다고 계속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얼록소에 좋은 글 쓰시는 분이 부쩍 늘어서 글 읽는 재미도 있고, 페북처럼 이렇게 생각도 나눌 수 있고 해서 최대한 수익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부원 인증된 계정 ·
2023/01/16

문피아에서 웹소설을 쓰셨으면 온라인 독서 시장에서 '매문'이라는 상황에 놓여 글을 쓰는 감각을 누구보다 실감으로 느끼셨겠습니다. 디킨스 글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고, 실례되는 질문이기도 한데, 얼룩소나 문피아 같은 플랫폼의 차이가 글쓰기의 자세나 태도 혹은 형식 같은 것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정체성 혹은 포지션의 문제 같은 것 말이지요. 일전에 페북에 올려주신 얼룩소에서 재벌집 비평으로 '잭팟' 터뜨린 경험담 흥미롭게 읽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각각의 플랫폼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그밖에도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네요. 뭐 다 잘되면 좋긴한데 한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연대해야 하는 작가들의 처지나 조건 같은 것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싶기도 하고요. 영업비밀 혹은 결례였다면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흰소리였습니다.

Guybrush 인증된 계정 ·
2023/01/16

@강부원 님: 두 편 모두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처럼 웹소설은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읽기 때문에 문장을 최대한 짧게 하고, 아예 문단을 만들지 않는 등의 편집 방식을 많이 활용합니다. 구성도 직선적이고, 가능하면 지문보다 대사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 독자의 집중력과 호기심을 끄는 데 더 낫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표면적인 방식이고 거의 종이책처럼 써도 재밌는 작품은 웹소설에서도 팔리긴 팔립니다. 신문, 잡지, 스마트폰 등 연재 매체와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지만 역시 연재 소설의 본질은 재미라는 걸 디킨스가 이미 200년 전에 보여주신 거죠. 다만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처럼 주인공이 초중반까지 고생하다 귀인을 만나 신분 상승을 이루고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플롯이 제법 되는데, 요즘 웹소설 환경에서는 그러면 독자들이 고구마(고통)만 준다고 싫어할 겁니다. 그 사이 문학에서 원하는 재미가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강부원 인증된 계정 ·
2023/01/16

1편에 이어 2편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웹소설은 일반적인 종이책 소설과 달리 모바일 페이지의 화면구성과 슬라이드로 밀어 읽는 환경을 고려해 서사를 구성한다고 들었는데, 초창기 탁월한 연재소설가 디킨스도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 쓰기와 읽기를 예민하고 감각하며 작품을 쓴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대적 상품으로서의 문학은 어쩌면 디킨스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