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래 기술에 돈이 몰리는 건 아니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멀어지고 있다.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는 나스닥에 안착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밀어주던 아르고 AI는 해산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투자에 부정맥이 감지된다.
DEFINITION_ 자율주행 운전자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자 ‘자동차(Automobile)’라는 명칭의 완성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주행이 아닌 이동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다. 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거주 공간으로 확장된다. 종국엔 개인의 차량 소유가 필요 없어지고 ‘자가용’은 구시대 언어가 된다. 휴먼 에러가 없어져 사고와 교통 체증이 획기적으로 준다. 이동의 패러다임만 바뀌는 게 아니다. 물류, 운송업, 보험, 정비, 대중교통, 단거리 항공, 호텔, 도심 부동산, 군사 등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율주행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도시 인프라 전반을 바꾸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고도화에 따라 레벨이 있다. L1(레벨1)부터 L5까지다. #자율주행기술레벨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RECIPE_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차를 움직이고 세우는 건 쉽다. 위치 확인도 쉽다. 관건은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눈, 판단하기 위한 뇌다. 이를 ‘센서’라고 한다. 자율주행은 AI, 빅데이터, IoT, GPS 같은 기술의 집약체지만 특히나 센서가 핵심이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론을 내세운다.
레이더(RaDAR) ; RAdio Detection And Ranging. 전자파를 쏴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반사된 전자파를 분석한다. 장거리 탐지가 가능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이다. 다만 파장이 커서 작은 물체를 측정하기 어렵고 정밀하지 못하다는 게 단점이다. 부도체 인식도 어렵다. 그럼에도 운전자 보조용으론 우수하다.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에 많이 쓰인다.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빛을 쏴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실험 중인 자율주행차 위에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이것이다. 차량이 피해야 할 장애물을 3D로 분석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대표하는 기술로 가장 정밀도가 높다. 안개나 비 등 악천후에 영향을 받는 게 단점이다. 전자파보다 감지 범위도 짧다. 가장 최신의 라이다도 몇 백 미터로 알려진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저렴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비싸 상용화가 어렵다.
카메라(Camera) ; 카메라로 감지하는 기술이다. 사람처럼 보면 되는 것이다. 차선, 신호등, 표지판 인식이 가능하고 멀리 볼 수 있다. 관건은 카메라로 인식한 이미지 정보의 실시간 분석이다. 동물의 시각 정보 인식을 딥러닝으로 구현한 컨볼루션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정교해지고 있다. 장비의 가격도 저렴하다. 디테일은 좋지만 악천후나 어둠 등에 취약하다.
CONFLICT_ 어데 센씨입니꺼?
구글 웨이모(Waymo)는 완전 자율주행을 활용한 로보택시를 꿈꾼다. 테슬라는 차량 생산 능력에 기반해 B2C로 운전자에게 적합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어떤 센서를 주력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방전도 벌어진다. 웨이모는 라이다, 테슬라는 카메라를 주력으로 쓰는데,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를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말한다. 다만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10위권 밖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순위는 구글 웨이모, 엔비디아, 아르고 AI, 바이두, 크루즈, 모셔널(현대차와 앱티브의 합작사) 순이며 모빌아이가 뒤를 쫓고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획기적인 이유는 카메라와 분석 AI만을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는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한 대에 3~4달러인데 라이다는 가장 싼 것도 400달러가 넘는다.
물론 많은 자율주행 기업들이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를 적절히 조합해 기술을 구현한다. 다만 카메라와 라이다로 나뉘는 기술 진영의 경쟁은 미래 자율주행 기술의 메인스트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BACKGROUND_ 스탠리
https://youtu.be/P__fbWm6wlg 센서만큼 분석 능력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가 있었다. 자율주행의 시작을 알린 2004년 3월 캘리포니아 남동부 모하비 사막에서 펼쳐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The DARPA Grand Challenge)다. 240킬로미터의 트랙에서 완주한 차량은 없었다. 2005년에 재개된 대회에서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교수가 이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리(stanley)가 우승했다. GPS 기반의 다른 차량과 달리 주행 도로 위의 장애물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먹혀들었다.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자율주행의 아버지’가 된 세바스찬 스런 교수는 향후 구글에 합류했고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