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이야기 2 : 72만원 인생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3/01/31
쪽방을 벗어날 수 없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죠. 최저임금을 시간당 9000원이라 치고, 주 5일 하루 8시간 일을 한다면 한 달 소득이 대략 140만원 정도 됩니다. 파트타임이 아닌 경우의 가장 낮은 소득이죠. 그럼 쪽방 사람들의 소득은 얼마쯤 될까요? 저 금액의 절반인 71.9만원입니다. 상당히 상징적입니다. 
   
우선 소비 측면에서 살펴보죠. 쪽방 월세는 평균 22만원입니다. 식비를 한 끼 4000원으로 잡고 한 달 3끼면 36만원입니다. 그리고 공과금을 최소로 4만원 정도로 잡습니다. 건강해서 병원 갈 일 없고, 약도 사먹을 일이 없다면, 옷도 신발도 새로 사지 않고 하다못해 버스도 타지 않는다면 그래서 월세와 공과금 식비 외에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면 한 달에 9만원, 1년에 108만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모으면 아주 낡은 원룸 보증금 정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500만원을 구하려면 5년을 모으면 됩니다. 
   
이를 악물고 저 돈을 모아 쪽방을 탈출하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일보의 인터뷰를 보면 살던 쪽방이 철거되면서 받은 보상금에다 하루 두 끼만 먹고, 가장 싼 18만원짜리 쪽방에서 3년을 버텨 작은 원룸 보증금을 마련한 이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100명 중 1명이 될까요? 
   
실제 사는 건 그렇지 않죠. 웬만큼 아픈 건 견디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깁니다. 겉옷이야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있지만 양말이나 속옷은 1년에 한 번 정도 사야합니다. 2년에 한 번 정도는 신발도 사야겠죠. 두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깎으러 가는 것, 온수도 나오지 않는 집에 살면서 두어 달에 한 번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는 것도 이들에게 사치일까요? 저 돈 72만원으로는 대부분 결코 쪽방을 탈출할 최소한의 보증금도 모을 수 없습니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축을 한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하고 나머지 83.6%는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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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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