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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8/30
오후 6시, 나는 컴 앞에 앉아 있고, 남편은 주방에서 마른도라지 손질을 하고 있었다.

목이 칼칼하다고 해서 물에 불린 도라지 주름 사이에 박힌 걸  칫솔로 다 문지르고
씻는 중이었다. 도라지는 2년 전 시골에 사는 동서가 준 건데, 양이 꽤 많았다.

아우, 저걸 언제 해 먹냐. 차라리 생협에 가서 도라지청을 사먹는 게 낫겠다, 고 하니
남편이 있는 걸 잘 써먹어야지 뭘 가서 또 사냐고 궁시렁 댔다.

그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소심하게 들렸다.
문을 여니 1층에 사는 할머니가 겸연쩍은 모습으로 서 있다. 손에는 A4 용지 한 장이 들렸다.

"저기, 나~ 이것 좀 해줘봐~. 통장님이니까 이런 것두 잘 할 것 같어~."
"어르신, 들어오세요. 여기, 여기 앉으셔요~."

남편이 할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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