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100만원, 시어머니 소원 풀어드린 날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0/14
남편생일이 임박해지면 시어머니(엄니)한테 들었던 말. 엄니는 여러 형제들 다 모인 데서도 종종 말했다. 둘째야, 너 얼른 돈 벌어서 내 용돈으루 100만원 갖구 와! 그러면 시동생들이 형, 돈 좀 팍팍 벌어 와. 그래야 어무니 용돈을 드릴거 아녀, 하면 큰시누는, 큰일났네 인자 돈 버는대루 엄니한티 다 갖구가면 둘째넨 뭘 먹고 산댜~. 웃으며 한 마디씩 했다. 시월 중순 즈음의 어떤 날, 엄니네 거실에는 햇살이 적당히 따스했다. 우리 애들과 시동생네 애들이 섞여 놀고 동서와 나는 찰옥수수를 껌처럼 씹었다. 엄니는 햇고구마껍질을 벗기는 대로 손주들 이름을 불렀다. 


엄니, 100만원만 드리면 돼유? 이왕 받는 거 좀 더하시쥬. 아니, 나 백 100만원이면 돼여~. 엄니는 당장 돈을 받을 사람처럼 표정이 진지하다. 남편이 잠바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일어나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더듬거린다. 엄니는 아들 주머니에 돈이 나올 것만 같아 눈을 떼지 못한다. 100만원 갖구 온겨? 아 그럼유, 근데 어, 어디 갔지? 금세 없어졌네. 내 담에 이 바지춤에다 꼭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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