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교사’ 한 명을 만들기 위해, 모두 공범이 됐다 [국가보안법 '마지막' 인터뷰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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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햇병아리 교사 강성호는 여느 때처럼 동료 교사의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하던 동료는 문득 ‘이상한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강 선생님, 요즘 제천 시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요. 어떤 선생님이 6·25가 북침이라고 아이들한테 가르쳤다고 하더라고요.”
“에이, 무슨 그런 놈이 다 있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죠.

강성호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 넘겼다. 이틀 뒤, 자신이 소문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10일 경남 진주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강성호를 만났다 ⓒ셜록

이야기는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어 교사로 제원고등학교(현 제천디지털전자고등학교)에 부임한 강성호. 그는 1989년 5월 24일, 3학년 교실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경비가 교실문을 두드렸다. 교장실에서 급히 찾는다는 것이다.

교장실에는 교장과 덩치가 큰 두 사내가 있었다. 강성호는 영문도 모른 채 사내들 사이에 앉았다. 그들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조사할 게 있으니 경찰서에 동행해 달라는 것이다. 사내들의 정체는 형사였다.

“뭐, 별 건 아니고 학생 사안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으면 하는 내용이 있어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그는 교장에게 허락을 구하겠다고 대답했다. 형사들은 벌써 허락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강성호는 의심 없이 형사들을 따라나섰다. 이날 경찰에 그를 신고한 사람이 교장이었다는 건 훗날 밝혀진다.

“교장실 문을 나서니까 그 두 사람이 양옆에 바짝 붙어서 팔짱을 껴요. 그러면서 학교 현관으로 나가니까 검은색 지프차가 딱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 차에 타니까 머리를 푹 눌러서 고개 숙이게 하고, 수갑을 채우더라고. 그전까지는 강 선생님, 강 선생님 하더니 바로 이 새끼, 저 새끼 하더라고요. 결국 딱 도착하니까 당시 대공수사과 앞이더라고요.”

강성호는 영문도 모른 채 조사실로 끌려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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