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도 마셨으면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2/07
#10. - 나 홀로 드로잉 

 ‘입춘’을 잊지 않고 비가 내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 하루를 잘 버텨냈기에 뿌듯해질 때가 있다. 주머니를 뒤져 막걸리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를 사들고 가는 길, 현관문을 열면 강아지들처럼 뛰어 나오는 아이들이 두 팔을 벌린다. 마침 김치전을 부치는 아내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무거운 어깨가 가뿐해진다. 시나브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표정은 감출 수 없다. 막걸리에 목을 축인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부부, 아이들 노는 소리에 어디선가는 살구나무 꽃몽오리가 부풀어 오를 것이다. 
   

혈혈단신 월남한 아버지는 오랫동안 목수로 일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서당을 오가던 몸은 노동에 적응해야만 했다.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부양해야할 자식이 태어났다. 아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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