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 거기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1/31
#9. - 나 홀로 드로잉

조퇴를 했다. 도시락을 먹고 한 시간 수업이 끝난 직후였다. 양호선생님이 소화제를 줬다. 그래도 아프다고 배를 움켜쥐었다. 양호실 간 사이에 친구들이 담임에게 말했다. 담임은 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담임 말을 전했다.
   
   
“너 얼른 집에 가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꾀병이었지만 진짜 배가 아픈 것도 같았다. 다음 수업은 수학,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가방을 쌌다. 수학도 싫은데 수학 담당인 담임을 마주치는 건 더 싫었다. 
   
   
학교를 빠져나올 때까지 나는 배 아픈 학생이어야 했다. 한 손엔 가방을 다른 한 손은 배에 손을 얹었다. 만리동 꼭대기 학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도로에 차들이 보이자 그제야 허리를 폈다. 
   
   
초여름 햇살이 적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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