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프로필 열풍과 나의 폭식증 이야기

연키
연키 · 동물 해방을 꿈꾸는 초식 동물
2021/10/08
오늘은 한겨레 <극단적 단식 뒤 ‘폭식’…20대 여성이 위험하다>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폭식증을 겪었던 옛날 제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울한 과거지만, 기사를 보고, 그리고 또 최근 SNS에서 불고 있는 바디 프로필 열풍을 보며 저의 기억을 끄집어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4년 전이네요. 당시 저는 인턴으로 근무하며 6개월 동안 무려 9kg이 불었습니다. 잦은 회식과 술자리,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부족 등등이 겹쳤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전까지 키 160cm에 51-52kg 정도의 지극히 정상 체중 20대 초반 여성이었습니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평범한 몸'이었어요. 그런데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면서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점점 주변에서는 보는 사람마다 '살쪘다', '얼굴이 부해졌네' 등등 한 마디씩 얹는 겁니다.
 
60kg "OO이 팔뚝 튼실한거봐~ 살 쪘네"

어느 날은 오랜만에 보는 남성 지인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 같았으면 그 사람에게 한 마디 했겠지만) 그때 저는 어린 마음에 큰 창피함을 느꼈어요. 그 때 마음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수치스러웠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서서 한참 제 모습을 봤습니다. 제가 봐도 팔뚝이 뚱뚱해보이는 거예요. 처음 보는 제 모습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곧장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 조절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새로운 회사 인턴으로 이직해 적응하느라 바쁜 시기였어요. 스트레스 받고, 잠도 잘 못잤지만 주 5일 헬스장에 꼬박꼬박 출석 체크를 했습니다. 늦게 퇴근하면 새벽 1시까지 운동을 한 적도 많았는데, 그러고 집에 가서도 다음날 먹을 두끼 도시락을 싸고 나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제게 다들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도시락은 다이어트의 정석 '닭고야'였어요. 닭가슴살에 고구마, 야채. 헬스장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근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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