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잘란의 사상을 알면 한국사회가 보인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4/18

민족이란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30대 이후부터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해,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 새 역사를 창조하자”로 끝나는 1994년 폐지된 국민교육헌장의 이미지를, 20대 이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응원 물결을 떠올릴 듯하다.

▲ 『압둘라 외잘란의 정치사상』 훗, 압둘라 외잘란


‘민족’의 의미가 변해가는 한국사회


20대 이하가 민족주의를 느낀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북한’은 빠진 ‘남한’만의 축제였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6월~7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면접조사의 결과를 보면 20대의 탈(脫)북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남북이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는 조사항목에서 20대의 비율은 13.7%에 불과, 50대 32.2%와 60대 이상 30.3%에 비교하면 확연히 낮았다.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20대의 62.3%가 동의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20대는 “전쟁 위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실용적 이유로 건조하게 답했으나 60대 이상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감성적으로 답했다.(1)

한국의 20대들이 보기에는 50대들의 ‘민족’이란 50대의 강산에가 부르는 노래 ‘라구요’에 나오는 ‘가보지도 못한’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의 이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한국의 신세대에게 이미 ‘북한’은 민족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에서 ‘민족’은 언제 올지 모르는 ‘조국통일’이 아니라, 당장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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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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