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1/16
1980년대초 대학을 다닐 때 하숙했던 경험담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처음 하숙을 시작했던 곳은 고향의 이웃사촌 분이,
아들의 대학 입학 후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서, 
숫제 고향집을 정리하고 내가 다니던 학교의 정문 부근에 
집을  얻어서 하숙업을 시작하신 분이었다.

하숙집 아들은 마침 같은 대학교의 1년선배이자 고등학교 선배님.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같은 시골 고등학교 1년 선배 하숙생들이 많았고.
가끔씩 선배들에게 본의 아닌 "군기"도 잡혀가며 살게되었고,
하루 하루가,나에게는 결코 편한 쉼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남학생들만의 세계라서 빨래도 자주 뒤섞이고 
속옷같이 하얀색의 세탁물은 자주 헷갈려서 남의 속옷과 
바뀌기도 일쑤였고, 볼펜으로 이름을 써놓아도 잘 지워져서
모두들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바뀐 속옷을 입고 지내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모두들 같은 방에 모여서 막 배운 담배도 쿨럭이면서 피우고.
이제 막 시작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이야기며,
미팅이야기로 하루의 마무리를 하던 매일이 반복되었고. 
자주 우리들은 같이 나가서 시국에 대한 열변을 토하며, 
생맥주도 마시고 막걸리도 한잔씩 하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대학생이랍시고 방하나에 두명씩 살면서
책상도 두개가 있었지만, 책상위에는 도통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방에는 OB맥주나 크라운 맥주등의 빈병이 뒹굴고,
빈병들은 재떨이로 사용되었고, 담배꽁초들이 넘칠때쯤 
통째로 버려지곤 했었다.모두들 게을렀고 지저분했었고 풋풋했다.
1년 선배들은 유행처럼 2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를 하기에 
군대가기전에 실컷 놀고 간다는 그런 생각으로 하루 하루
학업은 뒷전이고 생맥주와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팝송과 통키타에 
빠져 하루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러나 새내기인 나와 친구 XX는 매일 매일 데모하기에 바빴다. 

1980년의 대학가는 거의 매일 데모의 연속인 나날들이었고, 
다른 또래의 새내기들과 다름없이 매일 매일  열심히
호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344
팔로워 248
팔로잉 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