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아들 성왕의 권위를 다진 3년의 장례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1/22
   
고등학교 때 방학을 맞아 ‘공주’가 본가인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하룻밤을 친구네 집에서 자고 다음날 소풍처럼 갔던 곳이 무령왕릉이다. 당시는 친구의 중학생조카도 같이 갔다. 조카는 무령왕릉의 둥그스름한 묘지 아래 쪽문처럼 생긴 곳을 들어갔다. 그 아이는 냉큼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굴을 내밀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활짝 웃었다. 친구는 빌려온 카메라로 무령왕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우리는 아치로 둥글게 나 있는 벽돌의 동글동글한 연꽃무늬를 보았다. 


하지만 왕의 묘라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얼마 후, 아저씨 한 분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학생들 여기서 뭘 봤어? 라고 물었다. 볼 게 뭐 있었을까. 그냥 어둠침침하고 둥그스름한 문만 보였다. 기억나는 건 아저씨가 우리에게 성의를 다해 설명을 해주셨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고 볼 게 없다고 그냥 간다.’고 안타까워했다.(나도 그랬는데...) 그는 우리에게 벽돌을 가리키며 벽돌하나마다 무늬를 새겼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저씨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거라고 말했다. 40여 년이 훌쩍 지나 무령왕의 장례 전시를 관람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