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11/10

오리지널에 대한 의구심

우리는 남들과 다른 만큼이나
자기 자신과도 다르다.

_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개체정체personal identity*를 논할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사고실험은 ‘테세우스의 배’다. 이 배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기념비적인 전투에서 아테네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전해지는데, 1세기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플루타르코스의 역설은 바로 그 배에 관한 이야기다. 세월이 흐르면서 배의 나무판들이 썩어가자 아테네인들은 부품들을 교체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을 때는 배 전체가 새로운 부품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복원된 배는 원래 배와 같은 배인가?
*한 개인이나 자아가 본래 지니고 있는 형상
출처: <뉴필로소퍼> 17호, 일러스트:아이다 노보아&카를로스 이건
 
만약 교체된 낡은 부품들로 다른 배를 만든다면, 이 배는 새로운 배인가 원래 배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배에 관한 이 두 질문은 사람의 정체성도 바뀌는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이 되었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그 배는 아테네인의 정체성을 바꾸었을까?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배의 승리가 아테네인의 승리를 의미하는가? 표현을 달리 해서 그 승리는 한 개인으로서 아테네인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더 나아가 현대 아테네인은 과거 전투에서 승리한 아테네인과 같은 사람인가, 그리고 그 승리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역사와 과거 속 그들도 '나'인가?

국가의 신화는 보호되지만,
신화에 어긋나는 사실들은 
부정되거나 반박된다.

바뀐 이 질문들이 전반적으로 시민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과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 이유는 아테네의 역사에 관한 질문들은 그저 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그런 질문들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출처: <뉴필로소퍼> 17호, 노예선 브룩스 호의 도면

가령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의 역사와 인종 문제를 가르치고 분석하는 방법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인은 역사가들의 도움을 받아 과거 분석을 토대로 현재를 바라보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한 운동 중에는 <뉴욕타임스> 기자 니콜 해나 존스가 주도한 ‘1619 프로젝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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