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은 왜 빌런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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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안녕하세요, 에디터 Friday입니다.

얼마 전 엄마의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알아서 행복하길 빌었어요. 죄책감과 후련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죄책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나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글까지 쓰게 되었으니까요.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나, 빌런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왜 엄마와 딸이 빌런이 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주의! 스포가 매우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Unsplash



💣 왜 여성 빌런은 모성에 집착하나

출처 : Reddit

기억 속에 히어로물은 보통 아버지와의 갈등 혹은 결핍으로 외롭던 한 소년이 성장해, 결국은 아버지의 존재를 뛰어넘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홀로 있는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파괴된 가정을 일으켜야 한다는 강박이었는지, 혹은 아버지의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인지 결국 소년은 멋진 주인공이 됩니다. 아버지와 대적하는 아들 서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많습니다. 농경의 신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왕위를 빼앗고 도망가던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내죠.

그런데 이 크로노스도 자식들에게 배신당할 것이라는 저주를 받고 자식들을 삼키다가, 살아남은 아들인 제우스에게 축출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오이디푸스 증후군’의 오이디푸스 역시 아버지 라이오스 왕과 싸우고 어머니 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해 왕이 되는 (불행한) 신화죠.

클래식이 된 영화 <스타워즈>도 부자간의 대립이 주요 서사입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와의 대립에서 다스 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사실은 “내가 네 아빠야”라고 말한다거나, 다스 베이더 본인도 아버지처럼 따랐던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와 경쟁 관계였다거나…. 좀 더 가까운 우리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도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에게 애증관계지만 토니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게 도와주죠.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는 대립과 극복으로 승화되는 형태가 적지 않았는데, 왜 어머니와 딸의 문제는 딸의 흑화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많을까요? 애초에 구심력있는 여성 히어로 무비가 많이 없었던 것이 편협한 주장에 힘을 싣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요즘 눈에 띄는건 ‘여성 빌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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