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심판하지 못한 독재자, 이 영화가 쓰러뜨린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02
▲ 헌트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980년 광주 민주화항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신군부 세력이 자국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낳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집회를 벌이는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고 진압까지 허가한 건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이다. 그는 광주에서 벌인 참극 직후 대통령에 당선되어 1988년까지 장기 집권한다.

한국은 전두환을 심판하는 데 실패했다. 1987년 서울의 봄 이후에도 말 많고 탈 많은 삼당합당으로 신군부 일파인 노태우가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역사 바로세우기'를 표방한 문민정부 시절에 들어서야 구속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을 받았다.

구속 2년 만인 1997년 제15대 대선 후보 전원(김대중, 이회창, 이인제)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직후 대통령 김영삼과 당선자 김대중의 결단으로 이들은 결국 사면되기에 이른다. 군사반란에 자국민에 대한 학살까지 자행한 책임자들이 단 2년 만에 자유를 얻은 것이다. 이후에도 전두환 심판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으나 형이 확정되고 법이 집행된 뒤 사면까지 해주었으니 방도가 없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터져 나온 비자금 논란 역시도 해결되지 못하였다. 2003년 재산명시 관련 재판에서 전두환이 제 전 재산이 29만 1000원 뿐이라고 한 말은 전 국민적 분노를 샀다. 그러나 전두환은 스스로 그 말을 농담으로 즐기면서도 끝끝내 1000억 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전두환이 사망함에 따라 추징금 환수계획 역시 실패로 종결되게 되었다.
▲ 헌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역사는 심판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전두환을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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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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