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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감사합니다.

다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추태를 무릅쓰고 조금만 제 의견을 끄적이자면, 이집트인들의 반발이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클레오파트라가 헬라스인 혈통이 어느정도인지와는 무관하게, 애당초 토착 이집트인은 흑인 집단이 아니니까요. 하필이면 흑인으로 바뀌어서 문제라기보단(물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족보를 부정당했을 때 어느 나라에서나 나올법한 정당한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넷플릭스 다큐는 단순히 클레오파트라 개인을 흑인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이집트라는 국가를 흑인 집단으로 묘사했고, 그럼으로써 현대 이집트인과 고대 이집트의 연결을 부정한 꼴입니다. 고대 이집트인 중 흑인도 있었다고 말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다큐가 고대 이집트를 흑인 국가로 묘사하는 건 매우 문제가 있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속 당나라에는 몽골로이드계 백성만 있던 건 아닙니다. 당나라 황제 중에서는, 모계로 위구르족 등의 피가 있는 사람이 어쩌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당나라 황제 중에서는, 한국인이 보기에 매우 이국적인 외모가 발현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1.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당나라 전체를 그런 외모의 배우로만 캐스팅했다면,

2. 여기에 대한 지적을 감독이 "당나라 시대는 몽골의 침략 이전이니까 몽골 외모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면,

3. 중국인들의 항의는 전혀 부당한 게 아닙니다.

실제로 본 다큐의 감독은 이집트의 아랍화로 인종이 바뀐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을 했습니다.

 「No amount of reasoning or reminders that Arab invasions had not yet happened in Cleopatra’s age seemed to stem the tide of ridiculous comments.」

 -출처: https://variety.com/2023/tv/global/queen-cleopatra-black-netflix-egypt-1235590708/

철저하게 클레오파트라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그녀에게 흑인 혈통이 섞였을 가능성을 묻는다면, 직접 시신을 분석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엄밀한 의미의 확신'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헬레니즘 시대의 이집트가 흑인 집단이냐"고 묻는다면, 왕실이든 피지배층이든, 확실하게 단호하게 명료하게 NO이죠.

Swift ·
2023/04/26

글이 술술 읽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흐흐

최서우 ·
2023/04/26

독일잡지에도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네요. 정확한 고증이 있는 기사가 아니라 참고해가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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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호오.... 완전 아니다!! 라는것은 역시나 고고학이나 인문학적인 측면에서는 사용되기는 힘들군여
에이.. 그리스계인데 저건 아니지 라고만 생각을 했던것에 굉장히 안일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편 또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양질의 정보 감사드립니다 

곽민수 인증된 계정 ·
2023/04/26

@leannekim  흐흐, 고맙습니다!

leannekim ·
2023/04/26

궁금한내용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
·
2023/04/26

내용도 자료도 충실한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