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보요원의 긴 생애 짧은 이야기 1 – 일본 라디오에서 들은 소리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2/12
어느 정보요원의 긴 생애 짧은 이야기 1 – 일본 라디오에서 들은 소리 
   
아버지는 3형제다. (후에 여동생 둘이 더 있어서 5남매) 장남인 큰아버지가 1935년생, 둘째 큰아버지가 1937년생, 그리고 아버지가 1939년생. 장남인 큰아버지는 2022년 세상을 떠나셨다. 예비역 중령이셨다. 그런데 어렸을 적 자주 큰집에 갔지만 ‘무용담’을 들어 본 일이 별로 없었다. ‘정보부대’에 계셨다는 말을 듣고, 또 그 부대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해 알게 된 뒤로는 비밀이 많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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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 로고 (국군정보사령부는 1990년 창설) 그 이전엔 육해공군 정보부대가 따로 있었음
 이 '정보부대',  정확히 말하면 육군 정보사령부 (1990년 이후는 국군 정보사령부)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린다면, 북한에 간첩 보내는 부대다. 국군방첩사령부(과거의 보안사)가 이름 그대로 군내에 침투하는 적의 스파이를 찾아내고 정보를 흘리는 이들을 때려잡는, 그래서 무고한 이들을 훨씬 더 많이 때려잡았던 부대라면, 정보사령부는 국외정보 수집과 공작을 주업무로 한다. 다른 나라의 군사 정보를 수집함은 물론, 특히 냉전 시대 적국인 북한에 직접 침투하여 정보를 빼내거나 파괴 공작을 벌였던 것이 정보사령부의 일이었다. 물론 1988년 중앙일보 오홍근 기자 테러 사건이나 신촌 우리마당 습격 사건처럼 황망한 ‘공작’을 자국민들에게 시행했던 전과도 충분히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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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는 그 가족들도 몰랐다. 우리 아버지는 “나 같으면! 정보사 말고 어떻게든 보안사에 끈을 대서 거기 힘센 놈 잡아서 출세해 보려 했을 것”이라며 호기를 부리신 바 있다. 보안사 준위가 별안간 국회의원도 되고 장차관도 되는 세상이 전두환 시대, 80년대 초, 별을 달지 못하고 예비역 중령으로 전역한 뒤로는 흔히 예비역 군인들이 그랬듯  남의 속삭임에 쉽게 넘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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