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죽음, 유교이념을 되묻다 - <운영전>이 말하는 사랑과 이별(8)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7
<운영전> 삽화(네이버 블로그 '김종분 꿈꾸는 히스토리')

여성의 죽음, 유교이념을 되묻다

운영은 비록 자살을 선택했지만, 원귀가 되어 등장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이 잘못되었다고 항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절대화된 이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 편에서 살펴본 원귀들이 하소연을 한 이후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해원을 시도한 것과 달리 운영의 해원이 하소연 자체에 머무른다는 것은 결국 운영을 원귀로 만든 억울함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징표이다. 운영의 하소연이 곧 해원이라는 것은 억울한 사연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운영의 억울함은 그저 하소연으로밖에 그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비록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소유한 원귀라는 존재로 등장하였으나, 당대 사회의 절대화된 유교 질서는 운영의 사랑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저 유영과 같이 불우한 선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원귀가 되어서도 해원을 위...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276
팔로워 555
팔로잉 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