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22 - 환상이 풍부한 세대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1/29
출처 - 픽사베이
     “모든 인간 세대는 문명에 대한 자신들만의 환상과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흥망에 자신이 참여했다고 믿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멸망의 증인이라고 믿는다. 사실, 문명이란 장소와 보는 시각에 따라 항상 불타고 그을리고 또 사라지는 법이다. 지금 별 아래, 강물 위, 카피야에 모여 철학을 논하고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들을 토론하는 이 세대는 환상이 더 풍부할 뿐이다. 그것 외에는 다른 세대와 아주 유사했다.”
-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강의 다리>, 김지향 역, 문학과지성사, 349쪽
   
​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분인 이보 안드리치(1892∼1975, 1961년 노벨문학상)의 『드리나 강의 다리』(1944)에 나오는 구절이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두 문화권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한때 유고슬라비아라는 하나의 나라에 속해 있었으나 현재는 7개 나라로 나뉜 곳의 옛 이야기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한다. 물론 자신의 관점은 언제나 현재적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도시, 가정, 계급, 문화적 배경 등등…. 모든 사람은 철저히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거기서 사유의 방향을 개진해 간다. ​

    자신의 현재적 관점이라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도 숨어 있다. 과거의 모든 시간들을 통틀어 현재가 발전의 정점에 있는 시점이며, 따라서 현재의 판단이 가장 지적이라는 착각이 숨어 있다. 인간의 역사를 발전이라는 틀로 해석해온 문명 발전론자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전은 거의 전부가 물질적인 측면에서의 현상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시간이 늘 발전을 향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사회시스템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전체에서 개인으로 나아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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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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