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를위한변론 ㅣ 인간이 사는 곳에 다른 짐승들도 산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0/14
알라딘 서점 제공


내가 사는 집 뒤에는 산이라 하기에는 너무 민망하고, 동산이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민망하고, 딱 언덕배기 숲이라 할 만한 꾀죄죄한 작은 구릉 지대가 있다. 그래도 명색이 산이어서 씨알 굵은 나무도 제법 많고, 체력 단련 할 수 있는 운동 기구도 있고, 노인들이 장기 둘 만한 팔각정도 하나 있다. 일종의 동네 주민 산책로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까마귀 몇 마리가 상주하기 시작하더니 그곳에 아예 터를 잡은 모양이다. 아침만 되면 깍, 깍, 깍 소리를 지르는 데 우는 소리가 제법 크다. 동네 골목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두 마리가 총총 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동네 주민이 반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누군가 주민 센터 민원실에 민원을 낸 모양이다. 까마귀를 퇴치해 달라는 것이다.

흉물인 까마귀가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꼴사납고, 자칫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깍깍 발악을 하며 우는 통에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까마귀의 출몰이 집값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창발적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구나. 한번은 길고양이 밥에 누군가 독을 섞어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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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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