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동화 ㅣ 추선 특선 영화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9/28
  
홍상수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만 홍상수 영화를 관통하는 특징은 " 반복과 차이 "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재현과 재생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홍상수 영화를 보는 맛이죠. 반복이 없다면 차이는 발생할 수가 없고, 차이가 없다면 전개도 없죠. 인생을 다람쥐 쳇바퀴라고 비유하는 이유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똑같은 반복처럼 보이지만 이 재현 속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 차이가 우리의 인생 스토리를 전개해 나아가죠. 영화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컴컴한 극장 안에서 이 병맛 같은 대사를 들었을 때 저는 허진호 감독의 몰락을 예견했습니다. 사랑은 변하죠. 사랑이라는 감정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우뚝 솟은 청동 조각상이 아니잖아요. 우스갯소리로 부부는 나이가 들면 사랑이 우정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이 농담은 매우 심오한 철학적 진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불변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의 몫입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10년 전에 본 영화를 오늘 다시 보았을 때 그 느낌은 10년 전에 느꼈던 그 느낌과는 사뭇 다릅니다. 제가 꼬맹이였을 때 << 라스트 콘서트,1976 >> 를 보고서는 펑펑 운 적이 있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소녀, 피아니스트의 슬픈 피아노 곡 연주를 들으며 소녀는 눈을 감습니다. 캬, 그때 저는 대설주의보 때 내리는 눈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서 몇 년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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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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