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미안하며, 미안해.

서설
서설 ·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판매자
2023/04/16

한 순간이라도.
어째서 나는 마음을 놓아 버렸던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버스에 앉아, 다급하게 뜨는 뉴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쩌나 싶어서 고민하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보다가

참 좋은 날인데 많이 놀랬겠구나
얼마나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까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나서 무심코 바람을 느끼고
다시 화면을 보고
괜찮겠지 하고

그렇게 기억할 수 없는 일상으로 돌아와
저 너머의 순간으로 남겨 둔 채로
순진하게도 믿고 있었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 새겨진 채로
사실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새로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거기에 앉아 있는 나는 여전히
버스에 앉아 있는 채로
멍하니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그 순간을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닫혀지지 않는 순간으로 남아서는
그렇게 하나의 큰 상처가 되고
같은 상처가 되고

하염없이 살아가도
그때의 나는, 우리는,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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