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의 힘

김형찬
2023/04/21
“남들보다 예민했기 때문에 지금의 일을 잘해 오실 수 있으셨을거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잡아낸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죠. 요령 있게 다루면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는 무기가 되지만, 내 통제를 벗어나면 그 때부터는 몸과 감정과 정신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합니다. 그 내상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잘 버텨 내셨지만, 지금은 몸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하네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기초부터 조금씩 바꿔 보시죠.”
   
예민함 때문에 탈인 난 환자들을 자주 본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자꾸 눈에 거슬리고 감정을 건드려 힘들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 예민함 때문에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분위기 파악이 빠르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사람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민함이 일과 관계의 성공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예민함이 만드는 압력을 적절히 빼내지 못하고, 계속 쌓기만 하면 탈이 나고 만다. 가벼운 수준에서는 몸이 좀 피곤하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짜증이 자주 나고, 가끔 잠이 잘 안 오는 정도다. 이 단계는 하루 이틀 쉬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음식도 좀 잘 챙겨 먹으면 곧잘 회복되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누구나 다 이 정도 스트레스는 있는거지’ 하면서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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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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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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