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학교를 가야만 했다

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1/05
요즘은 마음이 뒤숭숭해서 한국에서 학생과 청년의 삶이란 것에 대해 주목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분명 즐거웠던 것 같긴한데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더 생생한 것 무엇 때문일까요? 

지금도 모르겠는 애정어린 '잔소리' 의 의미
어릴때 크게 다치는 일도 없이 무난하게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무슨 의미냐면 적어도 정신과 신체적으로 아파서 학교에서 결석을 한 경우가 딱 한 번 말고는 없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고에 들어가 3년간 모의고사, 중간 및 기말 시험을 치룬 안 좋은 성적표를 가져가면 '몇 시간' 짜리 잔소리가 될지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야자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 3시간은 안 좋은 말만 들으며 무릎 꿇은 자세로 가만히 있어야 됩니다. 그렇게 3시간 즈음의 시간이 지나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 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일어나다 쓰러지는 꼴은 안 보이겠노라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가던 것이 생각납니다.

고등학생때도 맞을 때는 더러 있었습니다. 가끔은 수치스럽게 맞던 것이 그 무자비한 폭언보다는 낫단 생각이 들곤 했어요. 육체가 다치는 것은 언젠간 낫게 되지만, 마음이 다치는 것은 낫지 않는다는 것을 성장해오며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거진 한달마다 한 번씩 다가오는 '각종 시험' 이란 것이 불안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시험날이 되면 잘 봐야겠다는 자신감과 용기는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신문지같은 시험지를 보며 틀린 답을 골랐습니다. 

부진한 성취는 엄마의 잔소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수학의 공식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그건 자식걱정보다는 폭언에 가까웠으며, 자라오는 내내 듣고 성장하다보니 마음 한 곳 어딘가가 무척 빈약해진 상태로 성인이 되었습니다.

등교하다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직도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생기곤 합니다. 여름날 아침 공기는 무척 맑고 청량한데 그 향을 맡으면서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초록색 버스를 타고나면 매일 소원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커브길을 돌다 개천에 버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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