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원과 못난 DNA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21
서세원과 못난 DNA  
.
개그맨 서세원이 죽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향년 68세라니.  흠칫 놀라고보니 그의 데뷔가 매우 빨랐다는 것이 떠올랐다. <청춘만만세>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 독특한 앞니를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쯤 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김형곤보다도 데뷔가 한 발 앞섰으니 정상적으로만 살았다면 한국 개그계의 원로로서 행사마다 초대돼 인자한 미소로 배들의 선배 예찬에 답하는 것이 일상일 테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고 이국땅에서 허무하게 죽었다.

.
애초 성폭행으로 시작해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그의 사생활은 새삼 돌아보고 싶지도 않다. 한때 TV가이드니 뭐니 하는 잡지에서 잉꼬 부부인양, 나이 어린 아내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남편 행세를 하던 모습이 오버랩돼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때 기사 중 한 대목은 이랬다. “인터뷰 도중에도 서세원은 아내에게서 사랑스런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정작 아내는 얼마나 징그러웠을까.  
.
연예인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개그맨들일 것이다. 사람을 울리기는 오히려 쉽지만 사람을 웃기기란 정말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깔깔대고 웃어주기보다는 “한 번 웃겨 봐.”하고 팔짱 끼는 포지션을 주로 취하는데다가 ‘웃기고 있네’가 냉소의 표현으로 통하는 문화 속에서 산다. 그러니 이 철벽을 해제시키고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고 배꼽을 흘리게 만드는 능력이 어디 보통 능력이겠는가 말이다. 서세원은 그런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었다. 
.
조선일보
적어도 방송 마스터 테잎 안에서는 그는 유능한 개그맨이었고 재치있는 사회자였고,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MC였고, 특히 <좋은 세상 만들기>에서 보여 줬듯 일반인 출연자들의 수줍음을 걷어내고 거침없이 자신들의 끼와 소회를 발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지닌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80년대 한창 잘나가던 그에게서 일말의 수상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다름아닌 그가 쓴 글 때문...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4K
팔로잉 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