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대단치 않은 하루

수달씨
수달씨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합니다
2023/07/20

백화점이 문 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오전 10시 반 정각에들어갔다. 5층은 여성복 매장. 아직 여름을 본격적으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이 곳은 벌써 가을톤의 얇은 외투들을 마네킹마다 입혀놓았다. 백화점의 시계가 우리의 실제 체감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메카인 이 곳도 기후변화와 길어진 여름, 많아진 강우를 반영할 만큼 유연한 시스템을 갖진 못했나 보다. 
마음에 드는 옷이 몇 벌 있지만 예전처럼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돌아섰다. 비싼 물건도 거침없이 사던 그 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잠시 그렇게 살아보았을 뿐. 그래도 그 허영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보았기 때문에 지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해보아야 알게 되는 것들이 반...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합니다. 시골집과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했습니다.
89
팔로워 20
팔로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