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영화가 평등한 대중예술이기 때문이었다.
인구 10만 여명의 소도시에서 성장한 나에게도, 대도시에서 자란 이들이 겪었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화적 경험을 영화는 제공해주었다. 특히나 2000년대 중반쯤부터 전국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멀티플렉스들은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최신식 영화관'의 시설을 거의 동등하게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그 시절의 시골 소년도 서울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환경에서 영화를 보며 문화적으로 성장할 수가 있었다. 당시의 '영화적 경험'이란 것은 서울이나 시골이나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때문에 영화관이 망할 것이라는, '이미 낡은 전망'이 되어버린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영화관을 이야기함에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앞에서 말한 '영화적 경험'이 더 이상 동등한 것이 아니게 됐다는 사실에 있다. 90년대와 00년대에 성장기를 보냈던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