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 자본주의’의 확산과 ‘양서류형 인간’의 탄생 - 최명익, 「비 오는 길」
「비 오는 길」의 ‘병일’은 “성문 밖”의 “신흥 상공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병일’이 자신의 집에서 그 공장에까지 가기 위해서는 “부행정 구역도”의 “좁은 비탈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 “길”은 “봄이면 얼음 풀린 물” 때문에 “질”었으며, “여름이면 장마 물이 그 좁은 길을 개천 삼아” 흐르기까지 했다. 더구나 길을 걷다 조금만 정신을 놓쳐도 “반드시 영양 불량 상태인 아이들의 똥을 밟”게 되는 질척한 길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아무리 조심을 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아끼는 구두 콧등을 여지없이 망쳐버리”게 된다.
또한 이 길 주변으로는 “빈민굴”이 모여 있어 “동편 집들의 변소 수덩에서 어정거리는 개들과, 서편 집들의 부엌에서 행길로 뜨물을 내쏟는 안질 난 여인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골목에, 간혹 들어박힌 고가의 기왓장에 버짐같이 돋친 이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