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판타지의 욕망과 미덕 - 김선우, 『나는 춤이다』
시인 김선우의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는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승희는 일제 식민지 시대와 남북 분단의 질곡을 관통하며 화려한 삶과 남루한 삶을 수없이 교차하며 반복한 무용 예술가이다. 그녀는 가난한 환경에서 조선 최고의 무용수, 혹은 동양 최고의 무용 예술가로 수직 상승하는 모던 여성이자 늘 수직 하강의 위험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정치적 감시 대상 혹은 대중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충족시켜 줘야 하는 시선과 응시의 대상이었다.
더해 남북 분단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알력에 의해 그녀의 거취는 늘 불안했으며 안온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까닭에 그녀는 자동적으로 개인이 아닌 조선 피식민의 삶을 대표하는 여성 혹은 조선 민중이었으며 해방 이후까지 시간을 뛰어 넘어 늘 소비되는 상품이었다.
그녀의 삶에 유난히 정치적 덧칠이 많이 가해지는 까닭은 권력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