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능을 잘 보지 못한다. 최근에야 많이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코드로 사용한 건 다름 아닌 ‘외모’였다. 눈코입의 크기나 모양, 얼굴 전체의 크기, 몸매의 특성 등을 꼬집어 언급하고 그걸 웃음으로 치환하려는 시도가 참 많았다. 나는 그런 언급이 웃기지 않았다. 눈이 작다고, 얼굴이 크다고, 몸에 살이 너무 많거나 적다고 놀리는 게 과연 웃을만한 일일까. 예능계의 성역과 같은 무한도전조차 나는 도무지 웃으며 볼 수가 없었다. 웃기기보다 아팠으므로.
취준생 시절 면접장에서 외모로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내 앞에 면접을 본 사람은 연예인급의 외모를 갖고 있었고, 온통 남자로 구성된 면접관들은 그 사람에게 면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덥잖은 질문들을 던졌다. 어떤 대답에도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면접인지 소개팅인지 가늠되지 않던 분위기였다. 반면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난이도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깔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