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에 들어왔던 신입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운동권 논리를 받아들이고, 데모를 하지 않더라도 심정적 지지자가 돼 박수를 치고 87년 6월처럼 거센 파도가 돼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이유 중 하나로 나는 '진실'을 꼽는다. .그때껏 배워왔던 역사와 사실이 타당한 근거에 의해 뒤집히고, 책과 비디오 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함을 직접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분노를 키워왔던 것이다. 해방 이후 제주도가 왜 피바다가 됐는지부터 광주항쟁의 내막은 무엇이며, 전두환은 왜 천하의 찢어죽일 놈인가까지 '또 하나의 조국' 북한에 대한 의문부터 남한의 현실까지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다양하고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가 제시됐다. 지금은 우습거나 틀릴 수 있다 해도 군부독재가 엄연하던 시절,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국정교과서만 믿어야 했던 이들에게 그 힘은 컸다. .
즉 요즘의 ‘진보’에 해당하는 세력은 '진실'에 자신이 있었다. 정부에서 그럴리 없다고 펄쩍 뛴 일은 사실상 벌어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