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와 히스테리아 - 이태준, 「법은 그렇지만」과 「구원의 여상」
히스테리는 욕망이 궁극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체의 괴로움에서 비롯한다. 순애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행위는 따라서 다분히 히스테릭하다. 「법은 그렇지만」과 「구원의 여상」에서는 각각 순애보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명(경남)은 어린 시절을 함께한 동무-연인(서운)이 겪은 불우한 생애에 대한 동정이요, 다른 하나(인애)는 ‘구원받은’ 이가 구원자(영조)를 향한 순교자적 투신이다.
이 희생-사랑은 연쇄하는 서사를 통해 독자의 파토스를 고조시키고, 감정이입-연민의 상태를 극대화한다. 그런데 파토스를 고조시킬 수 있는 동력. 서사를 추동해 나가는 힘은 바로 ‘정조’의 유무(보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조가 ‘음모’를 알아채고 동정을 살피다 해결한 인애의 ‘순결’ 위기, 남가와 우경의 관계 요구에 계속 노출되는 서운의 모습은 서사의 긴장이 여성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