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므가 대답했다. “어떤 나이가 되면, 인간은 삶이 아닌 시간과 대면하네. 삶이 영위되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지. 삶을 산 채로 집어삼키는 시간만 보이는 걸세. 그러면 가슴이 저리지. 우리는 나무토막들에 매달려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고통을 느끼며 피 흘리는 광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하지만 그 속에 떨어지지는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네.”
-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송의경 역, 문학과지성사, 2002, 128쪽. 불을 지피고, 구들을 덥히기 위해서 한 가계家系의 검은 입일지도 모르는 아궁이에 처음 넣은 것은 갈색으로 변한 솔잎이었다. 말랐다고 생각했던 솔잎은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갈색은 마른 것의 색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속에는 고체가 아닌 것들이 들어있었다. 솔잎에 들어있는 것이 온통 고체라면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푸른빛을 덜어내지 않은 솔잎은 더 큰 소리를 낸다. 가지치기를 한 싱싱한 푸른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