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파트는 수명이 짧다. 30~40년을 버티지 못하고 '경축! 재건축' 현수막을 내건다. 저 콘크리트 덩어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콘크리트는 100년, 아니 200년도 거뜬하다니까 그럴 리는 없다. 로마 시대 건설한 판테온 역시 콘크리트 건축물인데 2000년 가까이 그저 멀쩡하다.
문제는 콘크리트가 아니다. 콘크리트 벽 너머에 감춰져 평소엔 보이지 않는 설비(수도, 난방, 전기 등)가 낡으며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다. 지은 지 20~30년만 지나도 "녹물 나오는 집에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설비를 싹 바꿔주면 되는데, 설비만 쏙 바꾸는 건 안된다. 설비를 감추고 있는 콘크리트 벽을 다 깨부숴야 한다. 공사가 장난이 아니다. 20~30년마다 이 짓을 해야 하는데, 대체 유럽에 흔하다는 100년 넘은 집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 낭비는 다 우리가 아파트를 짓는 방식 때문에 생긴다. 인류 최초의 건축이라는 스톤 헨지, 서구 건축의 유전자를 뿌린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