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운위云爲했던 시절도 한참 지났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가득 꽂혀 있고, 사람들이 그 앞을 서성이던 풍경도 이제 시들해졌다. 최근 한국 사회를 관류하는 풍속을 보면, 인문학 운운도 옷이나 음식이 만들어냈던 물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때의 유행이었던 것 같다.
유행 만들어내기를 좋아하고, 유행 따르기를 좋아하는 나라이니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유행이 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을 것이 있는데 가리지 않고 한 자루에 몰아놓는 습성이다. 그런 습성으로는 깊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입만 열면 발효의 대국이라면서 세태는 발효와 무관한 모습이라니, 참 기이하다.
어쨌든 이 땅에 인문학이 신드롬으로 불린 시절이 있었는데, 인간이 소외되고, 맘몬(Mammon, 탐욕의 천사)을 숭배하는 문화가 힘을 얻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진단이라면 지금이 더 기승인데 유행처럼 인문학이 사라졌으니 그게 또 이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