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크리스마스에 뭐 하셨어요?” 헬스장 트레이너의 질문에 멈칫했다. 아 맞다, 지난 주말이 크리스마스였구나. 하긴 뭘 해, 그냥 집에 있었지. 휴대폰 건강 앱에 따르면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약 320보를 걸었다고 한다. 휴대폰을 소중히 품고서 화장실을 몇 차례 다녀왔다는 뜻이다. 그렇게 대답하니 트레이너의 눈이 이만큼 커졌다. “집에 있었다고요? 크리스마스인데요?” 그러니까 이 20대 중반의 청년에게 크리스마스란 일 년 중에서도 손꼽히는 큰 이벤트일 것이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겠지. 나도 그랬다. 12월 초부터 장소를 고민하고 선물을 고르느라 꽤나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요런 무슨 무슨 이름이 붙은 날엔 150%의 확률로 애인과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신비로운 기억도 생생하네. 하지만 요즘의 나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기만 해도, 하이고,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버스나 지하철은 미어터질 게 뻔하고, 운전한다 해도 길이 엄청 막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