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끊임없이, 아무런 변화 없이 이어지던 일상의 한 조각을 뭉툭한 칼로 잘라 낯선 공간, 낯선 세계에 내동댕이치는 것과 같다. 그 새롭고 낯선 세계에서 여행자는 막 태어난 신생아처럼 허우적거리며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곳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그가 불안한 이유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올 때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의 부재를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행의 속도는 극히 세심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 영혼이 나를 따라잡을 때까지.
드디어 혼자서 런던 시내로 출격이다! L은 물가에 아이를 내어놓은 것처럼 어리바리한 내가 혼자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나가는 게 영 미덥지 않은지 마치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집에서 기차역까지 걸어서 15분이면 갈 거리를 설명해주고, 어디서 기차를 타야할 지 일러주고, 소매치기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줬다. 나는 기대에 부응해 무사히 목적을 달성하게 오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