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단발 여성, 강향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정해진 기간마다 머리를 손질하는 일은 상례에 해당하겠으나, 정도 이상의 머리카락을 갑자기 잘라낸다는 것은 굳은 결심을 드러내거나 어떤 사태에 개입 혹은 단절을 선언하기 위한 방법인 경우가 많다.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애달픈 이별을 겪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는 속세를 떠나 세상과 절연하기 위해. 이렇듯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머리카락을 기꺼이 자른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보통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돼 이뤄지는 일들이다.
머리를 자르는 행위가 사회적 의미를 크게 지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20년대 여성의 ‘단발(斷髮)’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단발을 한 여성은 강향란으로 알려져 있다. 강향란은 한남권번 기생 출신 여학생으로 1922년 6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나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강향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