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우리 아웃박스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오늘은 다른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나고 답답해서, 토하듯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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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다.
1교시에 수업이 없었다. 교장선생님께 결재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수업 시작한 지 20여 분 지났을 무렵인데, 꺾어지는 계단 복도에 가방 맨 학생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진우 (가명이다) 왜 안 들어가고 앉아있어요? 어디 아파요?" 물었더니 우물거리다 일어서서 교실로 향한다. 딱 봐도 향하는 척만 하고 안 들어갈 기세라 멀찍이 멈춰서서 보고 있었다. 내가 안 가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교실에 들어가더라.
전담을 맡은 해엔 그런 고민이 있다. 학생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개별 특성을 파악할 절대 시간도 부족해서 내가 어디까지 관여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모호한 진우의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오전 내내 생각했다, 아까 그렇게 들여보낼 게 아니라 그 복도에 앉아서 대화를 좀 나눴어야 했나. 그래도 되나.
코로나로 오후 2시면 학생들은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