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신의 상속녀를 자처하며 뉴욕 사교계에 입성한 사기꾼 '애나 델비'가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서 항상 하던 핑계가 "난 이미 송금했는데. 은행에 무슨 문제가 있나봐~"였다. 천연덕스러운 애나와 그걸 또 믿는 친구의 모습에 나는 콧웃음이 나왔다. 어떤 오류든 단시간에 뚝딱 '자동'으로 해결되는 나라, 한국에선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이었다.
'자동화 시스템' 뒤엔 수동으로 노동자들이 갈려나가는 덕분에 '애나 델비' 같은 사기수법은 한국사회에서 나올 수도 없고, 등장한다 해도 오래가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모든 게 '간편화'된 사회가 너무 섬뜩하다.나는 테크업계를 잠시 경험하고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지만 24시간 우리 생활이 알아서잘딱깔끔하고센스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가끔 우리 사회의 편리함이 너무 매끈하다고 생각한다. 저녁에 상품을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