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지난 주에 잠깐 제주 고향집에 머물렀습니다. 저의 고향은 제주 서쪽 끝자락 중산간 마을인 낙천리. 땅을 파면 물이 잘 나와 아홉 개의 샘이 만들어졌다 하여 ‘아홉굿마을’이라고도 불립니다. 한자로는 ‘즐거울 락(樂)에 샘 천(泉) 자이니 저는 향수어린 마음으로 즐거움이 샘솟는 마을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샘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민첩하고 수영을 잘하는 은희언니가 구해줬지요. 그런 제가 지금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강과 습지를 위한 일을 하는 걸 보면 제 삶이 물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구나 싶습니다.
제주에는 비가 자주, 오래 내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고향집에 머물고 있을 때에도 내내 비가 내리더군요. 질긴 비에 갇힌 듯이 집안에 앉아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이, 저의 시선과 관심을 끄는 것은 제비들이었습니다. 제비들은 우리집 본채에 붙어 있는 작은 창고 건물 천정 구석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아버지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