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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사실'보다 '기분'이 더 중요한 곳

백화점에서 노동하며 관찰한 것을 기록합니다. 지금은 퇴사했습니다. 백화점 서비스직에 적응한다는 건 내가 아는 상식을 무시해야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국어 사용에 관한 상식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고객님"이란 표현보다 "고객" 또는 "손님"이 더 적확한 표현이라고 교육받았다. 국립국어원 ≪표준 언어 예절≫이 정한 바도 이와 같다. '고객'은 한자 '돌아볼 고(顧)'와 '손님 객(客)'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상점 따위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단골로 오는 손님'을 뜻한다. 따라서 손님에게 '고객'을 쓰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님'에서 문제가 생긴다. '고객'이라는 말 자체에 높임의 의미가 들어 있으니 '-님'을 붙이면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님'은 지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으므로 '고모'나 '사장'과 달리 '고객' 뒤에 '-님'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기도 하다. '고객(顧客)'이란 상품의 구매자를 높여 부르는 말로, 이미 높임말인데 '님'을 ...
노동/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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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가 여자를 못생기게 만드는 방법

백화점에서 노동하며 관찰한 것을 기록합니다. 지금은 퇴사했습니다. '고객 만족'이라는 서비스 구호의 전제는 '고객 불만족'토너, 세럼, 에센스, 크림, 아이크림, 넥크림, 마스크팩, 필링젤, 에멀젼, 모이스쳐라이져 등등... 기초 스킨케어 종류만 나열해도 어지럽다. 심지어 손톱 거스러미를 없애준다는 핸드밤, 입술의 각질을 말끔히 제거한다는 립폴리셔, 목주름 완화 효과가 있다는 넥 리프팅 마스크팩까지. 별의별 화장품이 다 있다. 모두 우리 피부를 조각조각 나노 단위로 세분화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쓰게 만든다. "고객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모공이 예쁜 동그란 모양에서 밑으로 축 늘어진 물방울 모양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목주름은 필러로도 어떻게 못 한다잖아요~ 지금부터 넥크림으로 꼭 관리해주셔야…"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며 이런 세일즈 멘트를 교육 받았다. 일단 판매원이 멘트를 던지고 나면, 고객은 거울로 자기 얼굴을 살핀다. 그전에는 모공 모양...
노동/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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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많이 하는 직업일수록 더 많이 무시 받는다

백화점에서 노동하며 관찰한 것을 기록합니다. 지금은 퇴사했습니다. "인사는 고객의 마음을 여는 첫 걸음입니다.🎶" 매일 아침, 인사 서비스 교육 방송이 흘러 나오면 직원들은 모두 서서 '인사 자세'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십시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같은 기본 인사 멘트를 제창한다. 백화점 서비스직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사를 많이 하는 직업일 것이다. 인사하는 게 거의 직무의 본질이라 할 수 있기도 하다. 그 인사는 대개 무시받는다. 나도 이곳에서 일하며 처음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이 말은 고객을 통과해 지나간다. 내 인사는 얼마나 자주 무시될까? 바를 정(正)자를 그리며 '인사 받아준 고객 / 그렇지 않은 고객'을 세어봤다.🔗 하루 평균 1.36명이 내 인사를 받아줬다. 하루 평균 12.57명이 내 인사에 응답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기록했다. 총 ...
노동/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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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강팀 15개국의 공통점 '여성인권'

아르헨티나 남자팀이 세 번 우승하는 동안 여자팀은 본선 진출만 세 번에 그쳤다. 역대 성적 9전 2무 7패. 1991년 중국에서 처음 개최되어 8회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아직 한 경기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남자축구가 존재감이 크지 않은 미국에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이다. FIFA가 여자축구 랭킹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미국 여자대표팀은 2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월드컵에선 무려 네 개의 우승컵을 가져갔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폐막 후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기고한 글입니다.2019년과 2023년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1개국의 피파 랭킹 포인트(2022년 12월 9일 발표 기준)와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dl 고안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를 그래프 위로 옮겨보았습니다. 랭킹 포인트 상위 15개국은 성불평등지수가 20% 미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2015년, 미국 퍼플릭 라디...
젠더/청년/교육 ·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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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펜서〉, 자기만의 차

Why are you driving yourself?Well, cars don't drive on their own. 왜 직접 운전해서 오셨어요? 차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영화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운전기사 없이 직접 포르쉐911을 몰며 길을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안락한 뒷좌석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꺼이 운전하며 방랑한다. 다이애나는 '집'에 가고 싶어한다. 그 집은 '백마 탄 왕자가 사는 궁전'이 아니다. 진짜 왕자와 결혼한 그녀는 백마 탄 왕자의 판타지 대신 '씨만 뿌리고 다니는 남자들' 뿐인 현실을 깨달았다. 궁전은 외롭게 혼자 남은 그녀의 모든 행동과 말을 감시한다. 머릿속 생각까지도. 감시하는 눈을 피해 달아날 만큼 빠르면서 오롯이 혼자만의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건 '자동차'였다. 억압받는 여성에게 운전은 특별하다. 사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왕자가 아니라 백마일 것이다...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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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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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얼룩소가 뭐라고,

 Homeeun님 이렇게 필요한 이야기 남겨주시니 덕분에 제가 며칠에 한번이라도 깔짝깔짝..얼룩소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항상 고맙습니다~ 말과 글이 허공에서 소비되지 않도록, 저도 실천해볼게요🌞
프로젝트 alooks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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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불편해졌으면 좋겠다

유럽 출신의 상속녀를 자처하며 뉴욕 사교계에 입성한 사기꾼 '애나 델비'가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서 항상 하던 핑계가 "난 이미 송금했는데. 은행에 무슨 문제가 있나봐~"였다. 천연덕스러운 애나와 그걸 또 믿는 친구의 모습에 나는 콧웃음이 나왔다. 어떤 오류든 단시간에 뚝딱 '자동'으로 해결되는 나라, 한국에선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이었다. '자동화 시스템' 뒤엔 수동으로 노동자들이 갈려나가는 덕분에 '애나 델비' 같은 사기수법은 한국사회에서 나올 수도 없고, 등장한다 해도 오래가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모든 게 '간편화'된 사회가 너무 섬뜩하다.나는 테크업계를 잠시 경험하고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지만 24시간 우리 생활이 알아서잘딱깔끔하고센스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가끔 우리 사회의 편리함이 너무 매끈하다고 생각한다. 저녁에 상품을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하...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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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시험이랑 상관없는 책만 읽네"

대출할 책들을 한아름 올려놓자 도서관 근로장학생이 내게 한 말이다. "넌 항상 시험이랑 상관없는 책만 읽네" 이 무례한 새끼 뭐지 나 얘랑 아는 사이였던가? 어떻게 아는 사이였나? 솔직히 나는 얘 이름도 모르는데 얘는 내 이름을 알고 반갑게 인사하길래 떨떠름하게 받아줬다. 언젠가 교양수업에서 팀플을 잠깐 같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분명 내가 버스태웠던 무임승차원 중 한 명이겠는데. 별안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던진 말이 황당했지만 또 내겐 너무나 익숙하기도 했다. 나는 부모로부터 거의 평생 그런 종류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너 그거 해서 뭐할건데? 입시에 도움된대? 어디 쓸데가 있는거야? 지금 읽는 책 뭐야? 수행평가용이야? 아니면 왜 그런 책을 읽어? 그 활동은 왜 하는거야? 봉사시간 줘? 생기부에 기록해준대? 내신에 반영돼? 나중에 스펙으로 쓸 수 있어? 그게 뭐랑 상관있는 거야? 또 쓸데없는 짓 하니?" 마음이 수없이 내려앉았다. 집 바깥에서 아무리 ...
생활/사건사고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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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1. 엄마가 되기 전에 차부터 사는 게 어때?
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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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1. 엄마가 되기 전에 차부터 사는 게 어때?

안녕하세요. 1을 붙이신 걸 보니 2편도 있는 걸까요? 다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경험과 그림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서러운 마음이 듭니다.
국제정치/국제사회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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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같대, 인형 같대? 그건 절대 반대 "우린 살아 움직여"

Hey girl that girl 아님 Bad girl 뭐라 불러도 좋아 어차피 너는 나를 잘 몰라 인형 같대 마네킹 같대 Oh my god Who told you that 그건 절대 반대 우린 살아 움직여 바로 어제, 2021년 12월 11일 열린 〈MAMA(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호스트는 이효리였습니다. 그동안 MAMA의 호스트는 이병헌, 송중기 등 남성 연예인이 맡았는데(아니 왜??) 22년만에 첫 여성 호스트가 탄생한것입니다.이효리는 올해 엠넷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인형 같대 마네킹 같대 그건 절대 반대 우린 살아움직여"라는 노래 가사가 이효리와 스우파 댄서들에게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역사에서 여성은 멈춰있는 이미지, 정태(靜態)가 아름다워야 칭송받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움직이는 존재입니다. 그녀들의 동태(動態)에 더욱 박수를 보내고싶습니다. 얼룩소를 시작한 첫 주, ...
노동/인권/사회 · 국제정치/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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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 덕분에 책 기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책 30권을 기부하고 왔습니다!안녕하세요. 2017년부터 용인 흥덕고에 페미니즘 책 기부를 하고 있는 졸업생입니다. 지난 11월 13일, 얼룩커분들께 책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추천글 남겨주신 모든 얼룩커 분께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전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응원과 지지, 연대에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추천받은 책들 중에서는 이미 도서관에 있는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쉽다기 보단 오히려 기쁘지 않나요? 그 좋은 책들을 학생들이 일찍이 누리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얼룩커분들 덕에 올해는 어느때 보다 다양한 책들이 기부된 것 같아요. (기부 도서 목록 정리를 계속 미루고 있는데... 언젠가 완성이 되면 얼룩소에 공유할게요😭) 서른 권의 책들을 한 데 모아놓고 보니 인권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페미니즘 책 / 페미니즘 책이 아닌 책'을 명료하게 구분하는 것도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겠다 싶은게...
노동/인권/사회 · 산업/기술/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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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숏컷과 김은정의 안경이 바꾼 내 모습

얼룩소 계정을 처음 만들었을 때, 제가 가장 품을 많이 들인 주제는 '여성의 외모 강박'이었습니다. 미디어가 여성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중심으로 두 편의 글을 작성했어요. 🔗"암만 살 쪄도 난 마름" 블랭핑크 가사 괜찮을까? 🔗'프로아나'는 나랑 상관없는 걸까? 이렇게 세상 불만 다 쏟아내고 나니, 이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컬링 김은정 선수의 안경과 양궁 안산 선수의 숏컷입니다. 덕분에 저는 자기혐오를 한 겹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2018 평창, 컬링 국가대표 '안경선배' 김은정의 안경을 따라서 샀고요 2021 도쿄, 양궁 국가대표 안산의 숏컷을 따라 머리를 잘랐습니다.열 한살 때부터 안경을 썼습니다. 한 반에 안경 쓴 학생이 서넛 있었으니 꽤 이른 나이였던 거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절 본 어르신들이 오다가다 꼭 한 마디씩 얹으셨습니다. "쯧쯧, 여자애가 벌써 안경을 써서 어째" "안경 쓰면 콧대 낮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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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은 여자가 좋다"는 남자들에게

니네 엄마 같은 여자는 니네 엄마 밖에 없는데?😕 혹시 "엄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거나, "너는 우리 엄마같아서 좋아" 따위의 말을 하는 남자들을 만나 본 적 있나요?'엄마 같은 여자' 찾는 남자들이 다행히(?)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우리 엄마 같은 여자 만나고 싶어."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겨우 스물 한 살이었다. 첫 만남 자리부터 대뜸 엄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그 남자는 내가 "다른 여자'애들'과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가 애교가 없어서일까? 그 이후로도 날 보고 '엄마' 운운하는 남자들이 두어 명 더 있었다. 사실 내가 남자들 앞에서 애교나 어리광부리지 않고 어른스럽게 보이려 노력한 이유는 그냥 약해보이기 싫어서일 뿐이었다! (네, 가오 잡은 것입니다..) 동성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 나만의 경험은 아니었고, 대체로 장녀인 친구들이 그런 말을 자주 듣는 것 같다. 아니, 대체 왜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걸까?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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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사랑은 열린 문

비상구 앞에는 통행이 용이하도록 적재물을 두지 않듯이, 언제든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한 연인관계라고 생각합니다.오마이뉴스 독립편집부 '이음'에서 만든 책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교제살인, 그 108명의 죽음〉 에도 이 '문'에 관한 표현이 나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게 판사가 왜 문을 열고 도망가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해요. 데이트폭력도 마찬가지잖아요.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그 남자와 왜 안 헤어졌니?'라고 묻잖아요. 피해자에게 '문'이 있는 게 아니라 '벽' 밖에 없는 이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죠. 왜 우리는 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그 말을 재생산하고 있냐는 겁니다. 피해자가 열고나갈 문이 없다면, 그 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문 바깥 세상이 있음을 말해주고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의 역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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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쉬운 남자가 좋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힘들게 탈출할 필요는 없어."영국 드라마 〈플랙〉에서 주인공 로빈은 유능한 PR전문가이지만 성인ADHD와 코카인 중독을 앓고 있다. 엉망진창인 자신의 곁을 지키는 남자친구에겐 오히려 더욱 못되게 구는데, 스스로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빈의 동료는 이런 그녀를 두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일생의 반을 바치고, 나머지 반은 그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는 데 쓴다'고 표현한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중요한 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나에게서 떠날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힘들게 탈출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준다. "김병찬씨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ㄴ씨는 사건 당일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피해자의 위치가 아닌 곳으로 출동하면서 참변을 막지 못했다." (2021년 11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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