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잊혀진다는 것에 대하여

강정민
강정민 인증된 계정 · 지혜전달자
2024/02/25
한 몸 같은 친구 한올의 이야기다.
   
한올은 잊혀진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의 반복된 이혼과 재혼, 친척·가족들의 과오들, 경제적 궁핍, 혼란한 청소년기 등 잊혀지고 싶었던 것들이 고향을 벗어났을 때 잊히는 듯했다. 공간이 바뀌면 기억의 시간 또한 단절되리라 생각했다.
   
한올의 인생은 시작부터 불행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성품으로 동네에서 인정받으며 가게, 부동산 등 재산을 불려 나갔다. 옆 마을에서 시집온 어머니는 아버지와 가게를 운영하며 행복한 가정을 위해 헌신하셨다. 다만, 한올을 출산 한 이후 계속되는 유산으로 몸과 마음이 상했다. 수년 후 어머니는 동생을 낳으셨고 가정은 행복해 보였다.
   
한올이 자란 고향 마을은 도박쟁이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아버지의 이종형제는 여러 방을 갖춘 도박장과 다방을 운영했다. 스타벅스 이상의 인기를 누리던 그곳은 여자 종업원이 남자 손님을 맞았다. 도박에 빠지기 시작한 아버지는 매일 같이 그곳을 들락거렸다. 어느 날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한올은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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