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가야 할 사람은 안 가고 그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만이 정신과에 온다고?

조미정
조미정 · 정신장애인 활동가 및 칼럼니스트
2024/01/22
  어느 정신과 의사가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이 말이 정신적 '어려움(장애라기보다는)'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진리처럼 여겨지는 게 불편했다. 혹자는 나에게 "정신과를 찾는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말이 아니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정신장애인의 상처를 후벼파는 말인지도 모른 채.

'정신과에 가야 할 사람'이 따로 있는가?
  이 말이 타겟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강렬한 삽화를 동반하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아닐까? 조현병, 양극성장애 1형(강한 조증을 특징으로 하는 유형) 그리고 가장 많은 미움을 받는 성격장애까지. 어쩌면 '아스퍼거 남편 카페'에서 욕을 하는 자폐인 기혼 남성일지도 모른다.

  '정신과에 가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정신과에 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실 현대인은 모두 정신병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둘 다 정신병을 최소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말일 텐데. 그렇다면 양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정신과와 '언덕 위의 하얀 집', '약 먹을 시간'이라는 말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잘못한 사람을 벌하거나 위협하기 위한 속어로 쓰여 왔다. '너 자꾸 그러면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가야 해', '약 먹을 시간이다!' 등의 말들은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속어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에서도 정신과는 징벌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202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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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단체 세바다 대표이자 후견신탁연구센터 팀장. 2022-2023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현 더인디고, 함께웃는재단, 마인드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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