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너머 - 거대한 불확실성에 맞서기

장영욱
2022/04/27
0. 연쇄 확진

드디어 왔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집에.

여섯살 첫째가 먼저 열이 나더니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제가 바로 PCR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음성(비감염)이 나왔습니다. 안도도 잠시, 혼자 둘 수 없는 첫째를 아내가 전담하고, 저는 8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피신했습니다. 공간도 분리하고 마스크도 쓰고 다녔으나 며칠 뒤 다른 가족들에게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한 PCR 검사에서 결국 온가족이 확진되었습니다.

그나마 저희 주변에 어르신이 안 계시고, 회사에서 재택근무와 휴가를 쓸 수 있으며, 비상시 집근처 병원에서 대면진료를 할 수 있다는 이유 등등으로 마음이 아주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증상도 만만치 않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온 가족이 안 좋은 컨디션으로 일주일 넘게 집에 걷혀 있는 게 고역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백신도 맞고 마스크도 잘 썼고 그 흔한 외식도 거의 안 하고 부모님도 안 만났는데,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왜그리 애썼나 싶습니다. 완치된 후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일찍 걸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2년 여간의 저희의 노력은 정말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1. '백신 맞고 집단면역'은 허구였나

"백신 70% 맞으면 집단면역 달성", 지난해 지겹게 들은,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안 믿는 말입니다. 12세 이상 인구의 95%가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행은 접종 전과 비교도 안 되게 커졌습니다. 

이론적으로 '집단면역'은 분명히 작동을 합니다. 예컨대 저와 아내, 첫째 아들이 감염을 겪는 동안 저희집 갓난쟁이가 운좋게 감염을 피해갔다면, 저희 가족의 75%가 면역을 획득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입니다. 우리 셋이 외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염...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장영욱
장영욱 인증된 계정
연구자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국제 이주, 감염병 대응, 유럽경제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불편한 질문'이 '좋은 정책'을 만든다고 믿으며, 여기선 그런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36
팔로워 319
팔로잉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