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8)] 자폐, 치료제가 없는 신경질환.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4/03
자폐인의 상당수가 신경 전형인보다 발달 단계가 느리다. 그렇기에 자폐는 발달장애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발달을 끌어주는 약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자폐에는 치료제가 없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약을 먹는다고 하면 치료제라기보다는 자극을 잠재우는 약이랄까. 느린 아이가 교통사고가 나기 전, 학교에서 두 번 실종됐다는 소리에 집 근처 정신과 의사는 약을 권유했다. 리스페리돈과 아빌리파이라는 약이었다. 남편과 상의해보고 먹이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일단 처방을 받아왔다. 그리고 나서는 먹이지 않았다. 임상시험을 통해 계속 만나왔던 담당 주치의가 우리 아이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경우니 좀 더 지켜보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 뒤, 아이가 또 학교에서 사라졌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 근처 정신과 의사는 이젠 정말 약을 먹어야 한다고 강권했다. 리스페리돈은 먹이지 않고 일단 아빌리파이를 먹여보기로 했다. 첫 주에 1mg을 먹고 둘째 셋째 주에 2mg을 먹었다. 첫 주에는 약 때문에 큰 변화가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을 증량하고 나니 센터 선생님들이 아이의 반응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다. 상호작용이 왔다 갔다 15회까지 되는 아이였는데 2회~3회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약으로 눌려있는 느낌도 상당히 강하다고 말씀하셔서 3주 차에 중단해버렸다. 약을 먹이는 것은 엄마가 많이 공부하고 선택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섣부르게 먹였나 싶었다.
   
약을 끊은 후, 아이의 머릿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와보고 싶었다. 어떤 점이 힘든지 알아야 하는데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자폐인 심리학자가 쓴 책이 있었고 자폐인들이 패턴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의 책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우리 아이는 정말 괴로운 환경에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폐인의 뉴런은 쉽게 활성화된다고 한다. 딸과 나는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느린 아들은 우리의 목소리 외에 사방에서 나는 기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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