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청년에게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2/02/14
청강대 졸업축사 원고를 이제 슬슬 공유해도 될 것 같습니다. 최종본은 연설의 특성상 좀 많이 요약했는데요. 글은 좀 더 길어도 될 듯해 원본으로 게시했어요. 조금씩 청년이란 나이에서도, 평범함의 기준에서도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 그 정체성을 쓰고 말하는 걸 용인해주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살다 살다 졸업 축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보통 이런 일은 해당 분야에서 이룰 거 다 이룬 분들이 하잖아요. 근데 뜬금없이 여러분에게 낯선 제가, 낯선 방식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청강 문화 산업대학교 졸업생 여러분. 창원에서 용접과 글로 먹고 사는 천현우라고 합니다. 복장에서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면 실패에 훨씬 가까운 사람이죠. 가난이 싫어서 취업 빨리 하려 실업계를 갔고, 그래도 대학물 먹어야지 싶어서 전문대를 나와서, 중소기업을 10년 넘게 전전했어요. 변변한 경력도 못 쌓고 나이만 먹었더니, 이젠 대기업에선 받아주지도 않고, 빚 갚느라 쌓아 놓은 재산도 없습니다. 말하고 보니 속이 쓰리네요.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아왔기에, 여러분이 지금 겪고 계실 불안함과 두려움의 정체도 잘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지금도 하루하루 살얼음 뜨기 시작한 빙판 위를 걷는 느낌으로 살아가니까요.
 
우리 세대는 아주 심각해진 불평등을, 아주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공무원의 성벽은 너무나 높고 두터운데, 입성하지 못한 대다수가 쥐꼬리만 한 월급과 하루살이 같은 고용에 떨어야 해요 지방엔 일자리가 없고 직장 찾아 서울 오면 월세는 내 월급의 절반 가까이 되죠. 갚지 못 한 대학 등록금은 두고두고 우릴 괴롭힐 테구요. 정말이지 우리는 이렇게나 힘든데, 정작 SNS 보면 대다수가 행복하고 자기 삶을 멀쩡하게 잘 살아내는 것처럼 보여요. 현실에 거의 없는 예쁘장한 남녀들끼리 맨날 맛있는 음식과 멋들어진 여행지 사진을 올려요. 대학 서열을 매기고 연봉을 자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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