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슈슈의 모든 것> - 그래도 에테르 덕분에 살죠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3/12/11
'이 영화가 뭐죠?'라 물으면, '그래도 에테르 덕분에 살죠'라 답하고 싶다. 동문서답이다. 대답할 수 없기에, 우회한다. 물음엔 침묵해도, 영화엔 답한다. 나머진 당신의 몫이다. 좋은 영화는 직접 봐야 한다.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마저도 말하기 힘들다. 동문서답을 위해 해석과 오독의 줄을 탄다. 나는 에테르를 자의적으로 받아들였다. 모두가 에테르를 말하고, 저마다 내용이 다르다. 에테르는 천재 음악가 릴리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다. '무언가가 다른 무언가'인데, 드뷔시에서 시작해 비틀즈에까지 전해진다. 누군가는 시이나 링고에게도 에테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때 과학계에서 에테르는 빛의 매질이라는 가설이 있었다. 일관된 '법칙'이 안 느껴진다. 그러니 의미를 가로질러야 한다.

대사와 설정은 난삽하다. 일단 이미지를 따라간다. 이미지도 혼란스럽다. 전반적인 색감은 빛이 바랬고, 역광으로 찍어 안 보이는 장면이 많으며, 종종 카메라는 어정쩡하게 기울어지고 또 흔들린다. 통일성의 코드는 '난장판'밖에 없다. 그러니 숲이 아닌 나무를 본다. 작은 단서에서 시작한다. 눈에 띄는 단서는 '녹색'이다. 녹색은 수상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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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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