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와 민들레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3/30



옛 기억을 더듬으면 구멍가게는 아침 일찍 문을 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서 요리를 하다 부족한 식재료가 있으면 구멍가게'에서 구했다. 대부분은 두부나 파 따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멍가게, 만화가게, 떡볶이 가게 주인의 자식'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다. 붓 들고 영화배우들의 얼굴이나 그렸던 아버지를 부끄러워했던 나는 아버지가 붓을 놓고 구멍가게나 차렸으면 싶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내 바람에 콧방귀를 뀌고는 했다. " 하이고 ~ 구멍가게, 아무나 하는 줄 알어 ?  부지런해야 구멍가게도 하는 거지, 너희 아버지처럼 게으른 사람은 절대 못한다. " 일리 있는 말이었다.
​구멍가게를 꾸린다는 것은 새벽 일찍 가게 문을 열고 밤 늦게 닫는 고된 일에 속했으니까.  감성 돋는 추억을 경계하는 편이지만 어릴 적 < 구멍가게 > 에 대한 향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따스한 두부와 파릇파릇한 대파'가 있던 곳. 특히, 구멍가게'라는 단어 자체가 좋다.  쑥도 아니면서 마음에 쏙 들었다.  규모가 작다는 의미에서 " 구멍 " 이라는 낱말을 붙인 듯하다.  신기하게도 내 기억 속 구멍가게는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신기하지, 이토록 광활한 우주를 구멍'이라 표현하다니 어른들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세월이 흘러 구멍가게는 슈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였다.
사람들은 구멍가게'라는 간판을 버리고 그 자리에 슈퍼마켓이라는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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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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