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컷사진의 의례에서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4/08
네컷사진은 재밌다. 보정과 조명 덕분에 '예쁘게' 잘 나온다. 보정은 스마트폰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촬영엔 조명이 더 중요하다. 게다가 실물로 네 컷이나 뽑힌다. 미모는 한 번의 '인생샷'이 아닌, 네 번 반복된 필연이다. 지적으로도 흥미롭다. 고정된 카메라를 바라보며 다양한 구도를 빠르게 잡아야 한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횡단하는 입체적인 구성도 가능하다. 포토 부스는 오락실과 비슷한데, 심지어 폐쇄적이다. 엄밀히 따지면 칸막이와 천으로 가렸을 뿐이지만, 내밀한 관계가 되는 기분이 든다.

미모의 네컷사진은 추억을 집어삼킨다. 외모주의 사회는 추억을 외모로 환산하는데, 변화는 불가역적이다. 네컷사진은 추억을 연상시키기 힘들다. 일단 얼굴로 꽉 찬 사진이 돌출되는데, 사진의 배경은 어떤 포토 부스든 비슷하다. 서울이든 부천이든, 구체적인 장소성은 사라진다. 이제 최고의 하루는 '마라탕을 먹고 네컷사진을 찍으며 버블티를 마시는' 하루로 의례화된다. 추억의 증거는 인쇄된 사진이다. 정확히는, 유기된다. 사진은 곧 서랍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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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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